2020 끝 2021 시작


2020년에는 꽤 많은 일이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다녀온 미국은 정말로 이제는 당분간 못 가게 되었고, 개발자로서 일을 시작하게 된 첫 해, 태어나 처음으로 마라톤을 나가본 해, 서울로 이사 오게 된 해이다. 사용하던 suzie.world 도메인의 갱신 일을 놓쳐버려 방치해두던 블로그를 다시 써볼까 한다. 1월 5일이 되면 다시 도메인을 구매할 수 있으니 그전까지는 netlify.app 기본 도메인을 사용하다 구매할 예정이다. 그럼 2020년 돌아보기 및 2021 바라보기를 해보자!

Year Of 땡땡

스포티파이의 한 해를 정리하는 방식 Spotify Wrapped에서 영감을 받아 (...) Year Of 땡땡을 적으며 한 해를 돌아보고자 한다. 총 네 가지의 부문으로 나누었으며, 각 부문 대상자의 선정은 오로지 나로부터 이루어졌다.

Year Of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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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앨범 후보자들은 정말 쟁쟁했다. King GNU의 Ceremony, 비틀즈의 1과 같은 앨범들이 있었지만 Honne의 NSWY 앨범에 대상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사랑이 있다면 세상은 따뜻하다는 그들의 메시지가 와닿았다.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캐릭터가 가로등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꼭 직접 불러보고 싶어서 no song without you의 악보를 구해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난 노래를 잘 부르는 편도, 피아노를 잘 치는 편도 아닌데 좋아하는 노래를 피아노로 더듬거리며 치고 노래까지 부르니 신났다. 나중에 한 친구 앞에서 불러주며 피아노를 쳐줬더니 혼잣말 하는 거냐고 했다... 혼잣말 아니고 가사야.

Year Of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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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광화문 교보문구에서 친구에게 선물 받은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글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나에게 귀감이 된다. 책에서 좋았던 부분을 위 이미지에 담아보았다. 소설가와 개발자라고 하면 다르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꽤 비슷하게 느껴진다. 사용자가 원하는 무언가를 만들던,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만들던 만드는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두고두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무언가를 짠! 하고 내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의 삶을 지속할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것을 꾸준하게 반복할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좋았다. 이 책을 읽고 또,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읽고 6월부터 나도 달리기 시작했다.

Year Of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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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정한 올해의 브랜드 대상은 바로 모베러 웍스다. 하고 싶은 것, 만들고 싶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기 위해 퇴사를 하고 자신들 만의 브랜드를 구축해나가는 멋있는 그룹이다. 과정이라든지, 고민이라든지 그런 모든 것들을 함께 담아 공유하는데 보다 보면 그들의 미션에 공감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팬이 되게 된다. 최근에 채널에 올라온 영상 중 기획자를 구하는 영상이 있었는데, 이들이 원하는 인재상이 흥미로웠다.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재밌는, 경계를 허무는 등이 그들이 원하는 인재 상이었는데, 기획자뿐 아니라 누구든 가질 수 있고 가지면 좋은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 이들의 브랜드 책이 나온다고 하는데 몹시 기대된다. 브랜드이든, 개인이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어떻게든 해내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이 뛴다.

Year Of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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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을 많이 보지는 않는데, 이은재 작가의 나는 달린다를 보고 나서는 이은재 작가의 작품들을 찾아보고 있다. 그러던 와중 발견한 웹툰 셧업 앤 댄스이다. 위 이미지에 넣은 설명은 웹툰의 줄거리에서 퍼왔다. (나무위키 감사합니다) 제목부터 벌써 마음에 든다. 뻔한 치고받고 싸우는 학원물이 아니라 이렇다 할 큰 사건도 내용도 없는 웹툰이라 더 좋다. 고등학생 아이들이 에어로빅을 배우며 성장하는 모습에 눈물을 흘릴뻔 한 그런 웹툰인데요.. 다들 심심하실 때 한번 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그림체도 좋고 중간중간 나오는 아무렇지 않은 듯 생각하게 되는 대사들도 좋고, 모든 설정이 다 좋다. 그냥 좋다! 이은재 작가의 웹툰을 끝으로 Year Of 땡땡은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2020년에는...

그래도 역시 2020년에 새롭게 한 것들이 많은데 Year Of 땡땡만 하고 넘어가기엔 뭔가 아쉽다. 두 가지 정도만 꼽아 이야기해볼까 한다.

마라톤

위에 말했듯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보고 달리기를 올해 6월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달리기는 이 전에도 몇 번 시도했던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의 기록을 보며 '1키로를 5분대에는 달려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에게 맞지 않는 페이스로 뛰었었다. 그러니 달리기는 나에게 괴로운 일이 되었고 몇 번 달리다 포기하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나서는 '누가 느리다고 하든 말든 내 페이스대로 뛰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나에게 맞는 페이스를 찾으니 달리기는 나의 새로운 취미가 되었다. 이런저런 걱정이나 고민이 많을 때는 늘 달리기를 했다. 고민이 있어 머리가 아플 때는 '달리기하면서 생각하자'라며 미뤄두고 할 일을 하다 달리기를 하며 고민을 할 때도 많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고민이 풀리고, 까짓거 하는 마음이 든다.

그렇게 매일 달린 지 4개월 정도가 되던 때 친구와 함께 마라톤을 나가게 되었다. 10KM 비대면 마라톤이라 각자 출발/도착 기록을 하고 10KM 달성을 하면 나중에 메달을 배송해주는 시스템이었다. 입사한 첫 주 주말, 친구와 여의도 공원에서 만나 한강을 따라 달리고, 한강 대교를 지나 달리며 10KM를 완주했다. 항상 3KM, 5KM만 달리던 나라 10KM를 달리는 게 막연하게 두렵고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생각보다 잘 달린 데다 서울이 더 친하게 느껴졌다. (나만의 생각이겠지...) 코로나가 끝난다면 여행도 좋지만, 사람들과 다 함께 모여 마라톤을 나가보고 싶다. 그런 날이 곧 오겠죠?

새로운 환경

2020년 10월, 새로운 곳에 합류하여 일하게 되었다. 어떻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참 좋다.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라는 말이 꼭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서 하게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곳은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느껴진다. 이제 두 달 정도가 지났는데, 그동안 하게 된 생각으로는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지?'라는 생각이다.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기 위해 개발자가 되었는데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곳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게 되면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21년에는 이런 고민을 하면서, 팀원분들을 한 명씩 인터뷰해보고 싶기도 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라 그 기운이 매번 느껴지는데, 그 반짝반짝한 기운이 참 멋있고 좋다. 좋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 합류하게 된 것도 내 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사실 운이 좋다.

2021년에는...

드디어 2020년 돌아보기가 끝났다. 2021년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 2021년 바라보기 시작하며 친구와 2018년 겨울에 적었던 계획과 2020년 겨울에 적은 계획을 공유한다. (친구야 너의 계획도 공유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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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겨울.. 2년 전 나는 무슨 생각으로 자바스크립트의 여왕이 되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적을 수 있는 사이트도 하나 만들고, 가족들 핸드폰도 바꿔주었으니 영 실패한 계획은 아닌 것 같다. 2021년 목표는 어제 친구와 갓 적은 따끈따끈한 목표들이다.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술들을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것이라 굳이 적지 않았다.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보고 싶고, 피아노를 구매했으니 매일 피아노를 20분씩 치고 싶다. 요가와 달리기 등 운동을 꾸준히 해서 매일을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인 지속력을 가지고 싶다. 책을 읽고 일기를 쓰는 건 나에게 꽤 중요한 일이라 몇 년째 잘해오고 있지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2021년 계획에 또 들어갔다. 새롭게 세운 계획 중 하나는 간단하고 가볍게 사는 것인데, 재택근무를 하며 밥을 해 먹기 귀찮아 배달음식을 시켜 먹다 든 생각이다. 이렇게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데 배달을 이렇게 자주 시켜 먹어도 괜찮은 걸까..! 지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내 건강을 위해서라도 배달음식을 줄이고 직접 해 먹으려 한다. 다 나열하고 나니 2021년에는 습관을 만드는데 열중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개인적인 계획이나 소망 말고도 원하는 게 있다면,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다들 마스크를 벗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장면을 보는 게 소망이다. 모두의 소망이기도 하겠지만. 2020년 너무 미워하지 말고 잘 보내줘야지.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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