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끝 2023 시작


블로그를 기껏 마이그레이션 해놓고 그 이후에 처음 작성하는 글이 1년만에 작성하는 회고 글이라니! 일을 하면서 중간중간 이런 글 적으면 재밌겠다~라는 생각(만)하고서는 실행에 전혀 옮기지를 않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1년이 또 후루룩 가버렸다. 분명 엊그제가 1월이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생각이 들까봐 그렇게 일기든 영상이든 사진이든 남겨뒀나 보다. 내가 기록해둔 것들을 보면서 어떻게 1년이 지났는지 돌아본다. 최근에 뉴욕타임즈를 구독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각각의 기자들이 작성하는 서로 다른 주제의 Best of 2022기사를 보게 됐다. 올해는 나도 뉴욕타임즈를 오마주하여 작성해볼까 한다.

Best Songs of 2022

매달 다른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연말에는 1년간 만든 열 두개의 플레이리스트를 돌아보며 올해의 노래는 무엇이었는지 살펴보는 게 나의 연례행사가 된지도 3년 정도가 되었다. 올해의 앨범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Taylor Swift의 Midnights가 아닐까 싶다. 아래의 노래 12곡은 모두 테이프였다면 늘어날 정도로 들은 노래들이다. 그중에서도 이승환의 좋은 날은 엄마 아빠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불렀던 노래라고 해서 특별히 더 좋아한다. 이 노래들을 들으면서 이 글을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Best Books of 2022

2022년에는 영어로 책을 읽어보려고 노력했다. 듣는 것이나 말하는 것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데 영어로 된 긴 글을 읽는 게 쉽지 않았다. 개발 문서의 경우에는 대부분 익숙한 개발 용어이고 코드 스니펫이 위주인 경우가 많아서 크게 어려움이 없지만 뉴스 기사나 긴 호흡의 글을 읽을때에는 내가 원하는 속도를 스스로 내지 못해서 답답함을 자주 느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읽을 수 있을 만한 관심이 있는 분야의 책을 찾아서 읽다 보니 아래와 같이 세 권의 책을 올해의 책들로 선정하게 되었다. Unf*ck yourself의 핵심은 의지가 크면 어려움이 크지 않다는 것이고, Atomic Habits의 핵심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닥치고 하라는 거다. 실용주의 프로그래머는 한국어로 먼저 읽었는데,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12월에는 선물로 킨들을 받았으니 좀 더 많은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2023년에는 고전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안나 카레니나, 카라마조프가네 형제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사두었다. 과연 2023년 12월의 김수지는 이 책들을 다 읽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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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Movies of 2022

애니메이션 영화에는 실패가 없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다 봐야 한다. 레서판다의 귀여움에 세상이 지배당해버릴지도... 또 올해의 영화로는 이미 세 번 정도 봤던 라라랜드가 선정되었는데, 항상 볼 때마다 잠이 들어서인지 엔딩을 처음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라라랜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엔딩 장면 중에서도 엠마가 라이언이 일하고 있던 재즈 카페에 찾아가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걸어가는 라이언과 마주치고 키스하는 장면이다. 완벽하게 슬픈 엔딩이지만 완벽하게 행복한 엔딩을 보여주기도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엔드게임의 재개봉에 아바타 재개봉으로 Box Office 1위를 탈환한 아바타의 두 번째 시리즈가 14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나비족이 되었지만 영화관을 벗어나자마자 물속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절망했다. 어서 바다에서 자유롭게 거북이 물고기들과 함께 헤엄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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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Events of 2022

팀 이동

2020년 10월 입사 후 2022년 6월까지 약 1년 8개월의 기간 동안 송금 스쿼드에서 일을 하다가 하반기부터는 서비스플랫폼 팀에서 일하게 됐다. 서비스 플랫폼은 말 그대로 서비스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팀이다. 제품을 위한 개발을 하다가, 개발을 위한 개발을 하려고 하니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껏 신경 쓰지 않았던 디자인 시스템 내부 구현이나 빌드, 배포 등 인프라에 관련된 지식을 공부하면서 재미와 좌절을 함께 느끼고 있다. 서비스팀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모든 팀 구성원이 개발자라는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이다. 송금팀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 팀의 구성원들이 모두 너무 좋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라 앞으로 함께 할 일들이 기대된다.

재택 요리

2022년에도 2021년과 마찬가지로 재택의 비중이 꽤 있었는데, 재택을 하면서 요리를 열심히 해 먹었다. 장을 보고 어떤 요리를 먹을지 고민하는 건 즐거운 숙제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가장 좋아하고 자주 해먹은 요리 Top 3을 골라보자면 명란 오이 파스타, 된장찌개와 계란찜, 카레가 있겠다. 직접 만든 그릇에 나무 수저와 선물 받은 컵과 함께 먹는 한 끼는 꽤 기분이 좋다. 깔끔하게 차려서 먹고 나면 뒷 정리하는 것도 식사의 일부분으로 느껴져서 부담스럽지 않아서 또 좋다. 요리해 먹으면서 느낀 점은 빠른 템포의 영상을 볼 때는 자극적인 배달 음식이 잘 어울리고, 무언가를 보지 않거나 책을 읽으면서 먹을 때는 직접 요리한 느리게 먹는 음식이 잘 어울린다는 거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뭐니 뭐니 해도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밥이 아닐까 싶다.

피아노와 수영

작년에 다짐한 것 중 하나가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것이었다. 올 초에 무엇을 배울까 고민을 하다가, 피아노와 수영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사실 피아노를 산건 작년이지만 강제성이 없으니 퇴근 후에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워있기에 바빴다. 그래서 피아노 선생님을 매주 집으로 모셔서 배우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익숙한 영화의 OST나 좋아하는 노래들로 연습하다가 가장 최근에는 클래식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클래식 음악에 조예는 없지만 클래식 음악의 악보를 칠 때에는 뭔가 아주 오래된 책을 읽어나가는 느낌이 들어서 재밌다.

수영은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아침반만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매일 6시에 일어나는게 가능할까 생각했지만 나의 출석을 확인해주는 수영장에서 만난 친구와 할머니들 덕분에 가능하다는걸 알게 됐다. 수영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수영을 하지 못함으로써 내가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 반으로 줄어드는것 같아서였다. 아름다운 해안도시에 가도 그저 보는것으로 만족해야하고, 수상 스포츠도 조금이라도 위험해보이면 금새 ‘난 수영 못하는데’하는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오면서 포기하게 되는 내 모습에 꼭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영은 정말 시작한 첫 날부터 마지막 수업까지도 단 하루도 가고싶어서 간적이 없다. 하지만 어떻게든 일어나서 수영가방을 챙겨서 나가서 수업을 듣고나면 그 이후에는 후회가 없다.

이야기클럽 릴리즈

이야기클럽은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진행하고 싶었던 인터뷰 프로젝트 이름이다. 대구에서 혼자 개발 공부를 하면서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게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다. 그 이후로 꽤 시간이 지나서 올해 5월에 처음 릴리즈하게 되었지만 IT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도움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일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면 깜깜한 길에 호롱 불빛 정도는 비춰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아직 업로드하지 않은 분들을 포함하면) 20명 가까운 분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 사이드 프로젝트 덕분에 접점이 없었던, 하지만 궁금했던 분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한다! 다만 1인 프로젝트이다 보니 회사 일이 바쁠 때는 시간을 많이 쓸 수 없어서 2023년에는 조금 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려고 한다.

3년 만의 해외 (그리고 코로나)

회사에서 AWS re:Invent 신청이 열렸고, 열심히 지원서를 작성한 나는 운이 좋게 선발되어서 라스베가스에 일주일간 가게 됐다. 그 어떤 규모를 생각해도 내가 했던 생각보다 최소 10배 이상은 컸는데, 라스베가스 도시 전체가 하나의 큰 학교 캠퍼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라스베가스에 있는 호텔 6개에서 각각 세션이 열리고, 호텔을 이동하는 셔틀버스도 운행하며, 도시 전체가 컨퍼런스에 참석한 개발자들로 가득해서 라스베가스 스트립을 지나다니면 죄다 AWS 후디를 입고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컨퍼런스에서는 사실 AWS의 제품을 소개하고 왜 계속해서 AWS를 사용해야 하는지 발표하는 강연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잠들어있던 학구열에 불을 지펴서 정말 열심히 세션을 들으러 다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컨퍼런스가 끝나고 일주일간 미국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곳저곳 돌아다닐 예정이었으나, 컨퍼런스 이후 3일 정도 뒤에 컨디션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자가진단키트를 해보니 코로나 양성이 나타났다. 분명 여름인 곳인데 너무 춥다 싶었다! 뒤에 예정되어있던 여행 일정을 취소하고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내내 누워만 있었다. 어딘가로 놀러 가지는 못했지만, 어바인의 동네와 해변가가 너무 좋아서 버텨낼만 했다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코로나 증상이 오한, 두통, 몸살이었는데 이로 인한 체력 저하가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도 꽤 오랫동안 이어져서 힘들었다. 12월을 다 날려버린 느낌(!)이기까지 했는데, 지금은 많이 회복되어서 이렇게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하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러나저러나 건강이 최고인것이다.

2022년에는….

2022년은 올해 정립한 나의 습관들이나 생각들을 잘 지켜나가고 싶은 해이다. 요리를 더 자주 해 먹고 싶고, 책을 많이 읽고,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가고 싶고, 많이 걷고 싶고, 다양한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만들고 싶은 걸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게 어떤 영역이 되었든 학습하고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많이 배우고 많이 만들고, 만들면서 작은 실패와 성공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눈치채고 감사히 한껏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있으니 말이다.

2021년 회고 글의 말미에는 이런 말을 적었다. 재택을 하면서 요리를 많이 했고, 책도 많이 읽었고, (3년 만에)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인 -비행기 타고 왕복 30시간 거리의- 미국도 다녀왔고, 날마다 나가서 산책했고, 내가 만나지 못할 수도 있었던 다양한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우고 만들었고, 계속해서 작은 실패와 성공을 반복했다. 이거 가능할 것 같은데? 라는 것보다는 정말 마음에서부터 하고 싶은 것들을 항상 적는데, 매년 성공하고 있으니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으하하.

2023년에는…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를 상처 주지 않고 재밌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서 더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나 해야 할까나.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내 이야기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느 순간인가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익숙해졌는데 올해 이야기 클럽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빛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 이야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해줘야지. 내년에는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 내가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곳에 가서 살게 되는데 그곳에서의 모든 순간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즐기고자 한다.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지는 일은 두려우면서도 가슴이 설레는 일이다. 부디 2023년에는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곳들을 찾아내고 싶은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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