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아래의 인터뷰는 2019년 상반기에 진행되었습니다. 지혜 님의 블로그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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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와 현재 하는 일에 관해서 얘기해주세요.

리디북스에서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지혜입니다. 현재 UX 디자인 팀을 이끌고 있고, 원래는 에이전시에서 GUI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어요. '코딩하는 디자이너'라는 단체도 운영했습니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디자이너분들에게 시안 작업 피드백을 주고, 태스크를 분배하는 일을 해요. 팀원들의 고충도 들어주고, 디자인 팀으로써 문화를 만들어나가려고 노력합니다. 다 함께 어떻게 성장할지에 관한 것도 이야기하고요. 요즘엔 디자인 시스템에 관해서 이야기 중입니다.

디자이너를 해야겠다고 처음 결심했을 때는 언제인가요.

초등학교 6학년 때, 거창한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사진에 간단한 효과를 주는 게 재밌어서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디자이너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음악으로 갈지 미술로 갈지 결정을 해야 했던 시기였거든요. 미술학원을 5살 때부터 다니기 시작해서 친근하고, 취미로도 해왔던 거라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고 나서 고등학생 때 입시 미술을 배웠는데 후회하고 있어요. 입시 미술은 대학을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고, 작가한테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림 스타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틀에 갇혀서 못 나오는 친구들도 봤고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사진에 간단한 효과를 주는 게 재밌어서 미술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본격적으로 미술을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 때에요. 음악을 할지, 미술을 할지 고민했어요. 결국 미술을 선택했는데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해왔던 게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그 후 미대에 진학하기 위해 입시 미술을 준비했습니다.

그럼 입시 미술을 거치고 들어간 미대에서는 어땠나요?

대학에서는 시각디자인 전공을 했습니다. UI, UX과 관련된 수업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서비스 디자인 수업 정도만 있고 그 외에 관련 수업은 없었어요. 요즘은 많은 거로 아는데, 시각 디자인보다는 산업 디자인 쪽이 더 많을 거에요.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려면 관련된 전공을 해야 하나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다양한 전공 출신의 디자이너들이 많아지고 있고, 각자 자기의 전공을 베이스로 더 좋은 디자인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심리학 전공은 좀 더 사용자 기반으로, 건축 전공은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부분에서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하는 디자이너면 시각 디자인과를 나와야 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상관없습니다.

시각 디자인과를 나와서 지금 업무와 관련이 없을 수도 있는 공부를 해왔는데 어떻게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었나요?

기획부터 해야 하는 디자인 작업이 많아서 완전히 관련이 없지는 않아요. 또 제가 옛날부터 웹사이트를 좋아해서 초등학생 때는 나무 웹 에디터로 웹 사이트를 만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기본적인 코딩은 하던 상태였고, 또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웹사이트 하나는 있어야지 하는 혼자만의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UX 에이전시에서는 어땠나요?

GUI 디자이너라서 그래픽 작업을 했어요. 한번 해보자 하고 시작했는데, 그래픽만 하는 게 맞지 않았어요. 좀더 기획의 부분부터 스스로 하고 싶었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좁다고 느껴져서 짧게 일하고 나왔습니다.

그럼 코딩하는 디자이너는 에이전시를 나오고, 지금 회사에 들어가기 전 하신 건가요?

코딩하는 디자이너는 대학교 4학년 때 시작해서 에이전시를 다니면서 운영했어요. 아까 말했듯이 어렸을 때부터 웹사이트를 만들어봤고 또 디자이너라면 웹사이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하게 되었어요.

코딩하는 디자이너를 운영하면서 어떤 것을 얻게 되었나요?

기본적인 코딩 실력을 얻게 되었고, 단체를 내가 주관해서 운영하는 능력이 생겼어요. 그리고 행사를 기획하는 능력도요. 거기서 만나는 디자이너분들의 실력이 좋았는데, 실력이 좋은 디자이너분들이 와야 좋은 사이트를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회사, 다양한 곳에서 온 디자이너분들을 만나게 되면서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UX 에이전시를 그만두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고요. 더 큰 곳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너무 자주 할 필요는 없지만 신입일 때는 확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길이 있는데도 그걸 모르면 정해진 루트가 있고 그것만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정해진 답이 있는 게 아니고 스타트업에서 1인 디자이너로 일하는 사람도, 사수가 있는 큰 팀에서 일하는 사람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신입일 때는 노출되기 어려우니까 이런 교류가 필요해요.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워크 플로우 같은 게 있나요?

지금 회사에서 태스크를 처리하는 기준으로 말하자면, 우선 사용자 의견이 어떤지 수집하고, 데이터 확인을 확인해요. A가 문제라고 생각해서 태스크를 받았지만 사실은 A가 문제가 아닐 수도 있어요. 문제 정의를 다시 한번 해보고, 그 문제 정의에 맞는 해결책을 찾습니다.

문제 해결 과정은 팀원이 다같이 모여서 하나요?

크리티컬한 문제는 다같이 모여서 하지만 그게 아닌 이상 각자 맡은 테스크 안에서 각 디자이너가 문제 해결을 해요. 디자이너 스스로가 문제 정의나 해결책을 찾는 편이죠. 디자인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문제 해결입니다. 아무리 잘된 디자인이여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에요.

UI, UX 디자인이 획일화되어가는 이유는 뭘까요?

그래픽 디자인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디자인 하는 게 맞기 때문인 것 같아요. 관례처럼 굳어진 것들을 굳이 레이아웃을 변경하면서까지 할 이유가 없는 거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디자이너가 고민할 거리가 줄어드는 게 아닌가요?

케이스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기는 어려워요. 메뉴 아이콘은 화면의 왼쪽 상단 이런 것들 다 알지만, 막상 적용하려고 하면, 화면에서 그 위치에 이미 너무 많은 아이콘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요.

글을 쓰고, 공유하는 것에 대한 생각

아카이빙 겸 자기 PR 시대에 나를 알리는 글인 거죠. 글이 바이럴이 잘 될 뿐만 아니라, 블로그에 글을 업로드 하면서 보는 사람들이 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책을 좋아해서 책 관련 회사를 재밌게 다니고 있기도 하고, 저한테 글을 쓰는 건 되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또 글과 디자인은 논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난 멍청하다는 생각이 베이스로 깔려 있어서 그런지 다른 사람이 논리적인 의견을 말하는 게 신기해요. 나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니까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 글도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원래 똑똑한 사람들보다 더 잘 하려면 배로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기 객관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노력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도 알게 되니까요.

좋아하는 디자인이나 최근 인상 깊게 본 다른 사람의 디자인 작업이 있나요?

자주 가는 사이트는 Material Design이에요. 정리를 정말 잘해서 마음에 들었고, 가이드라인 사이트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완성도가 높아요. 사이트 퀄리티도 너무 좋고, 이런 걸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모바일 앱 스크린 캡처 샷을 모아둔 모빈 디자인. 디자이너가 만들 수 있는 디자인 시스템 중에서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건데 정리가 잘되어 있어서 좋아요.

개발자와의 소통

솔직히 구현이 안 되는 건 없어요. 하지만 일정과 인력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생겼을 때 타협을 하는 거죠. 그 사람의 자질이나 전달했을 때의 타이밍도 중요하고요. (이미 구축을 많이 했다면 어려움) 또 개발자들이 디자이너와 다른 관점에서 받아들이니까 애니메이션 구현하는 걸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배경지식이 다르기도 하고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이 없으면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또 개발자마다 다른 것 같아요. 말하지 않아도 0부터 10까지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고, 0인 사람도 있고. 협업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친해지면 좋아요. 그냥 개발자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동료라고 생각하는 거죠. 일정을 맞추는 등 협의를 하는 편이에요. 무조건 맞춰달라고 강요를 하거나 윽박지르지도 않아요.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는 제가 생각하는 목표에 다다르지 않더라도 문제는 없으니까요. 대화를 통해서 협의하고 있어요.

구애받지 않고 직업 한 가지를 더 가질 수 있다면?

영어 선생님!